[주목 이 게임] 동인도회사

수요와 공급의 시장 경제 원리, 잘 만든 보드게임으로 즐겨 보세요.

요약정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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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30

#동인도회사

#경제

#일꾼 놓기

#레이스

#주식

 

 

 

 

 

 

 

보드게임 분류 중에는 ‘경제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경제 원리 중 일부가 게임의 주요 시스템으로 등장하는 보드게임을 가리키는 겁니다. ⟨어콰이어⟩는 인수 합병이라는 주제를 게임으로 풀어냈고, ⟨파워그리드 재충전⟩은 화력 발전이 대세일 때는 석탄, 석유가 고가였다가 이후 다른 발전 시스템이 발달할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자원의 경제적 가치 변화를 표현했습니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주식 배당이나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구 자산의 쇠퇴 등을 깊이 있게 다룬 ⟨1862: 이스턴 카운티에 불어온 철도 열풍⟩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제 수업이라면 게임이 될 수가 없죠. 위에서 언급한 예시의 작품들을 포함한 많은 보드게임이 ‘경제’ 요소를 넣고도 재미를 확보하는 점이 매력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복잡다단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제의 흐름을 매우 명쾌하게 게임 원리로 뽑아낼 뿐만 아니라, 그런 경제 행위를 플레이어가 주도하게 하는 것이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동인도회사⟩도 경제 보드게임입니다. 다양한 요소에서 균형감이 뛰어난 게임성을 갖춘 작품이지만, 저는 다른 걸 다 치우고서라도 이 게임에서 표현한 수요와 공급의 경제 부분에만 돋보기를 들이밀어도 될 정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요소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 속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기 위한 다양한 경제활동과 투자 전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목 이 게임”에서는 ⟨동인도회사⟩ 속에 표현된 경제 시스템을 집중 조명해 보려 합니다.

 

 

 

 

 

기본 원리: 시장의 유동성

경제활동에서 수익 창출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 하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이 게임은 이 원칙을 가장 기본으로 합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플레이어가 할 가장 주요한 활동은, 얼마나 싸게 사서 얼마나 비싸게 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선택은 바로 이 요소를 위해 존재합니다.

 

게임판의 왼쪽에는 유럽 시장판이 놓이고, 오른쪽에는 극동 시장판이 놓입니다. 두 게임판은 거의 비슷하게 생겼는데, 똑같은 자원 4가지가 각각 탑처럼 쌓여 있습니다. 유럽 시장판의 왼쪽, 그리고 극동 시장판의 오른쪽에 세로로 나열된 주화 표시는, 그 가로줄에 놓인 상품의 판매(유럽)/구입(극동) 비용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무역상입니다. 극동 시장판에 있는 물건을 사고, 유럽 시장판에다 물건을 팝니다. 극동 시장판에 놓여 있는 상품은 위에서부터 하나씩 사면 됩니다. 위쪽에 놓인 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 물건이 다 떨어지고 나면 비싼 물건을 사야겠죠. 그러면 누가 더 저렴한 물건을 살까요? 당연히 배를 먼저 댄 사람입니다. 빠른 배로 빨리 달려가서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내 배가 느리다면 아예 그곳에 배를 정박해 놓고 다음 라운드에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달려오는 배가 정박해 있던 배보다 물건을 빨리 살 수 없으니까요.

 

반대로 유럽 시장판에 도착한 배는, 그 배에 실려 있는 상품을 팝니다. 비어 있는 맨 아래 상품 칸부터 하나씩, 배에 실려 있는 상품을 옮기고 그 칸 옆에 적힌 돈을 받습니다. 유럽 시장판에 빈 상품 칸이 채워질수록, 그래서 시장에 재고가 많아질수록 물건 가격이 낮아집니다. 당연히, 이곳에서도 일찍 가서 파는 사람이 제일 비싸게 팝니다.

 

매 라운드를 시작할 때 플레이어 한 명이 유럽 주사위와 극동 주사위를 굴립니다. 주사위는 상품별로 하나씩 4개 한 묶음으로 구성되며, 각 면에 상품이 0개부터 2~5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유럽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만큼, 유럽 시장판에서 상품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극동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만큼, 극동 시장판에 상품을 추가합니다. 이를 통해, 이번 라운드에 유럽 시장의 수요와 극동 시장의 공급 변동을 플레이어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는 여기에 시장의 예측 불가능한 가변성을 추가했습니다. 그건 바로 두 게임판 각각에 딸린 시장 카드입니다. 극동 시장판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선적 단계에 극동 주사위에 표시된 만큼 상품을 공급할 때, 극동 시장 카드를 공개하고 거기에 표시된 만큼의 상품을 시장에 추가로 놓습니다. 배들이 이 시장으로 가는 동안 미리 알 수 없는 공급 변동이 긴 겁니다. 유럽 시장판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 단계가 되어 유럽 주사위에 표시된 만큼의 상품을 제거할 때, 유럽 시장 카드에 나오는 만큼 각 상품을 추가로 뺍니다. 역시나 배들이 극동에서 복귀하는 동안 예측할 수 없던 수요 변동이 생긴 거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354132/east-india-companies/images

 

 

 

시세 차익의 극대화 전략

기본 원리는 다 짚었습니다. 이제 이 게임에서 시세 차익의 극대화를 위해 고려할 요소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에 설명할 것은 각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1) 선박 구입과 부두 확장: 차익 극대화 vs 박리다매

시장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사고, 가장 비싸게 팝니다. 매 라운드 살 수 있는 배에는 적재량과 속력이 각각 나와 있는데, 대부분은 속력이 빠르면 적재량이 적고, 속도가 느리면 적재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선택해야 합니다. 화물을 적게 사더라도 제일 빠른 배로 시세 차익 자체를 크게 하는 전략이 하나, 시세 차익 자체는 크게 보지 못하더라도 화물을 많이 사서 일종의 박리다매를 노리는 전략이 또 하나입니다.

 

속력이 빠른 배가 적재량이 아쉽다면? 부두를 확장해 배를 더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죠. 그래서 부두 확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뒤로 갈수록 더 좋은 배가 나옵니다. 그런 좋은 배를 더 구입하기 위해서라도 부두 확장은 중요합니다.

 

2) 교역소 설치: 공급 시장에서 상품을 더 싸게 구입하기

극동 시장판 하나에 상품 4가지가 모두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각 상품의 구매처는 다릅니다. 극동 지도에는 3개의 권역이 나와 있는데, 각 권역은 2가지 상품을 판매합니다. 차가 기본으로 모든 권역에서 다 판매하는 상품이고, 나머지 하나의 상품이 권역마다 하나씩인 거죠. 플레이어는 권역별로 교역소를 하나씩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권역에서 상품을 살 때 1주화만큼 더 저렴하게 구입하게 됩니다. 상품을 더 싸게 사는 전략이죠.

 

5라운드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교역소를 설치하는 데 3주화가 들기 때문에, 1~2라운드가 지나서 설치한다면 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남기기가 어려워집니다.

 

3) 교역상: 수요 시장에서 상품을 더 비싸게 팔기

교역상 행동 칸에 들어가면, 선택한 상품을 시장에 팔 때 1주화만큼 더 받습니다. 해당 상품을 많이 팔수록 이득이 커지는 거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4) 지도 제작술: 고정비용 줄이기

극동은 3개 권역으로 되어 있다고 했죠. 이 중 유럽과 가까운 권역 III으로는 항해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반면 권역 I로 가려면 2주화를, 권역 II로 가려면 1주화를 내야 합니다. 상품 구입 순서가 권역 I ▶ II ▶ III 순이므로, 어느 권역에서든 살 수 있는 차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권역 I입니다. 지도 제작술에 투자하면 이 항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고정비를 줄이는 거죠.

 

5) 시장 카드 확인: 정확한 수요와 공급 확인

유럽 시장 카드와 극동 시장 카드를 보는 행동도 있습니다. 시장 카드를 못 본 사람은 시장 변동을 부분적으로만 짐작하지만, 카드를 본 사람은 어떤 상품을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게 될지를 정확히 알게 됩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연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밖에 없겠죠?

 

6) 우선권 확보: 상거래에서 유리한 고지 확보

상품을 사고팔 때, 각 플레이어의 배 속도에 따라 사고팝니다. 그런데, 속력이 같은 배를 여러 명이 가지고 있다면 누가 먼저 사고팔까요? 이때 보는 것이 플레이어 우선권입니다. 우선권이 더 높은 사람이 먼저 파는 겁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에서 시작 플레이어 차지 싸움이 벌어지는 것에 해당합니다.

 

어찌 보면 딱딱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요, 이제 게임의 요소를 살펴봐야겠죠. 이들 행동은 내가 원하는 걸 무한정 할 수 없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라운드마다 일꾼(대리인 말) 3개를 사용할 수 있어서, 위 행동 중 단 3가지만 선택하고 그 라운드의 상행위를 운용합니다. 게다가, 누군가가 이미 들어간 행동 칸에 나중에 자기 일꾼을 보내려면, 자기 이전에 일꾼을 놓아둔 플레이어들에게 각기 1주화씩 돈을 줘야 합니다. 1원이라도 아끼려면 남과 겹치지 않는 행동을 선택하든지, 선점해야겠죠.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 각 플레이어의 선택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예측 불가한 시장 변동성과 이러한 행동의 선택이 조화를 이루어, 전략과 운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게임 플레이를 즐기게 됩니다. 

 

 

 

 

상품 거래와는 별개인 행위가 하나 있습니다. 주식 구입입니다. 증권거래소 단계가 되면 아무 플레이어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전 라운드보다 매출이 올라가면 주가도 올라가고, 내려가면 주가도 내려갑니다. 어느 플레이어가 눈에 띄게 앞서 나간다 싶다면, 그 플레이어의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주식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해볼 수도 있죠.

 

⟨동인도회사⟩는 기본적인 상업 경제 원리를 절묘하게 게임으로 녹여냈습니다. 시장의 변동 양상 때문에 매 게임의 양상도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죠. 극단적으로는 비단이 게임 끝날 때까지 공급 추가가 없다거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주식 거래 요소까지 포함되어, 그야말로 기본 경제 원리를 총망라해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1원이라도 더 벌기 위한 치밀한 노력과 시장의 변동에 울고 웃는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의 매력을 느껴 보세요.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354132/east-india-companies/images

 

 

보드게임긱 유저평 골라보기

 

해외 유저들은 이 게임에 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동인도회사⟩에 대한 해외 유저 평가 중 호평한 리뷰를 몇 가지만 살펴봅니다.

 

jamfly7 (9.5점)

Am now getting a feel for how all the different parts of this game come together. Excellent! (though I got trashed last game and ended up squeezed out in all 3 regions!). To echo a previous post: "a balanced mish-mash of my favourite things in board games" (which, personally, I view as very much a positive). Indeed, a game of various mechanisms, but they all hang together seamlessly to make something much bigger/better than the sum of its parts.

One aspect that I really like is the way some actions which are largely unimportant early in the game (Captain/Initiative, Europe/Asia market cards, use of warehouses) become absolutely critical as the game moves into its latter stages, while others (Navigation, Trading post) become superfluous. It's the knowing when to make these switches, alongside managing everything else (like your shares!) that make it fun.

이 게임의 모든 요소가 어떻게 서로 어우러지는지 이제야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정말 훌륭하다! (비록 지난 게임에서는 참패를 당해 세 지역 모두에서 밀려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전의 게시물처럼 "보드게임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균형 있게 섞어놓은 집합체"라고 말하고 싶다(개인적으로 이는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다양한 메커니즘이 섞여 있는 게임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매끄럽게 맞물려 부분의 합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게임 초반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부 행동들(선장/차례 순서, 유럽/아시아 시장 카드, 창고 활용)이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절대적으로 중요해지는 반면, 다른 행동들(항해, 교역소)은 불필요해지는 방식이다. 다른 모든 요소(주식 관리 같은 것들!)를 관리하면서 이러한 전환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이 게임을 즐겁게 만든다.

 

Bastwood (9점)

One of the most satisfying medium weight economic eurogames to come out in a few years. There are plenty of interaction points between the players, and you have to always be adjusting your style to the situation on the board. The stock market portion could be even more cutthroat and I wouldn't complain.

지난 몇 년간 출시된 중급 경제 유로 게임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게임 중 하나다. 플레이어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지점이 아주 많으며, 보드 위의 상황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항상 조정해야 한다. 주식 시장 부분이 훨씬 더 치열했더라도 나는 불평하지 않았을 것이다.

 

lordvoldemort (8점)

A surprisingly fun game which has flown under the radar. It you like trading or economic games this is a strong one. You develop your shipping and invest to get more money and advance your trading operations around the word. Very cool market mechanism and interesting ways to manipulate the markets in your favor. Found this a lot of fun.

조용히 묻혀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이다. 거래나 경제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 게임은 강력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해운업을 발전시키고 투자하여 더 많은 돈을 벌고 전 세계를 무대로 무역 활동을 확장해 나간다. 시장 메커니즘이 매우 멋지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시장을 조작하는 방식들도 흥미롭다. 정말 재미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경제 원리가 잘 녹아 있는 게임을 접해보고 싶은 분.
  • 주식 게임을 즐기는 분.
  • 동일한 조건에서 최선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레이스 게임을 선호하는 분.

 

신성현(evern4ever@koreaboard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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