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게임] 데드 레커닝

오픈 월드 스타일의 해적 테마 보드게임. 참신한 메커니즘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요약정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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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30

#데드 레커닝

#해적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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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내러티브

 

 

 

 

 

 

 

 

⟨레디 셋 벳⟩의 디자이너, 존 D. 클레어 작가가 만든 독특한 게임 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이 ⟨데드 레커닝⟩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스틱 베일⟩에서 정말 독특하다고 손꼽힌 투명 카드 메커니즘을 그대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칸에 놓는 용도로 사용하던 보드게임 구성물인 목재 큐브를 전투 판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해상전을 처리하는 것도 참신하고 경쾌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높게 살 지점은 오픈 월드 게임이라는 데 있습니다.

 

중심 내러티브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과 경험을 허용하는 게임, 오픈 월드라고 하면 디지털 게임만 떠오를 겁니다. 게임에서 정해진 루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짜인 보드게임은 그리 많지 않죠. 보드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포인트 샐러드’ 게임 정도를 비슷하게 떠올릴 법합니다. 모든 행동이 열려 있고 무슨 행동을 하든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니, 보드게임식 오픈 월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데드 레커닝⟩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게임을 ‘포인트 샐러드’라고 부르지 않고 ‘오픈 월드’라고 하는 까닭은, 이러한 점수 요소들이 전형적인 해적(판타지)물 테마로 잘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가로로 4칸, 세로로 3칸, 12개의 바다 판으로 이루어진 게임판 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배를 이곳저곳으로 몹니다. 좁은 바다처럼 보이겠지만, 바다를 누비는 느낌은 충분히 납니다. 그렇게 바다를 누비면서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은 총 9가지이며, 누군가가 이 중 4가지 이상을 달성하면 다른 모두가 차례를 한 번씩만 더 취하고 나서 게임이 끝납니다. 그렇게 게임이 끝날 때까지 돈을 가장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업적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해진 개수만큼 바다 탐험(바다 판으로 이동해 들어가서 공개)하기
  2. 화물 12개를 한 번에 선적했다가 팔기
  3. 돈 30원 모으기
  4. 건물 5개 이상 보유하기(지배한 섬 하나당 건물을 최대 3개 놓을 수 있으므로, 섬 2개 이상 지배하기에 준하는 조건)
  5. 4레벨 선원 카드 3장 보유하기
  6. 함선 업그레이드 타일 4개 얻기
  7. 섬 지배 6번 이상 하기
  8. 다른 플레이어의 함선을 한 번이라도 침몰시키기
  9. 해상전에서 4번 승리하기

 

 

5번과 6번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1번과 2번은 한 쌍으로 달성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함선을 돛(이동 칸수를 결정)과 적재량(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결정)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한 뒤, 지나가는 섬을 죄다 들러서 화물을 싣고 돌아오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바다에서 탐험가의 삶을 누리게 됩니다.

 

8번과 9번도 함께 달성하기 좋습니다. 이게 바로 해적의 삶이죠. 함선을 대포 중심으로 강화하고, 다른 배가 보이는 족족 공격하러 다니는 겁니다.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투자를 잘해야 하겠지만요. 해상전의 결과로 화물이나 돈을 얻는 일이 종종 생기므로, 3번도 함께 달성하기가 수월합니다.

 

3번과 4번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상인의 삶을 누려봐도 좋습니다. 자원 생산력이 높은 섬 하나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한두 가지 배에 건물을 만들고 그 섬과 항구를 빠르게 왕래하는 거죠.

 

이것들은 규칙서에 나온 플레이 조언에 해당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규칙서의 서술이 “해적이 되려면 이렇게 해 보세요”이긴 해도, 그것은 전략적 조언일 뿐입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해적의 길을 선택하고 그렇게만 해 나가는 게 아니라, 상행위 중심으로 하다가도 갑자기 대포 중심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해적처럼 플레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업적이 더 빨리 달성될 가능성이 생겨서 자신의 목표를 크게 바꿀 수도 있고, 로망에 심취해 그 목표 그대로 달려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테마적인 몰입과, “내가 하는 행위를 바탕으로 내가 누구인가가 결정된다”라는 접근 방식이 오픈 월드적인 감각을 강하게 끌어냅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어느 업적을 먼저 달성할지 모릅니다. 손에서 사용하는 선원 카드도 그 고유 능력이 특정 업적에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 포병 카드는 전투에 특화가 있으므로 해상전에 대비한다면 포병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겠죠. 그보다 좀 더 능동적인 공격을 원한다면, 해적 깃발이 있어 공격을 선언할 수 있고 전투에서 전리품을 얻게도 하는 선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바다 멀리로 빠르게 나갔다가 항구로 빠르게 돌아오려면 돛 개수를 늘려주는 갑판원의 레벨을 신경 쓰는 게 적절하며, 섬을 빠르게 지배하고 싶다면 노략꾼 레벨을 빨리 올려 영향력 큐브를 한 번에 많이 놓도록 해야 합니다.

 

카드의 운용은 덱 만들기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12장의 선원 카드로 구성된 덱으로 게임을 시작해서, 처음에 4장을 뽑아 들고 게임을 진행합니다. 매 차례 손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고, 차례가 끝날 때면 손에 카드를 보충합니다(기본 최대 6장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4장까지 뽑기).

 

자기 차례를 끝내고 나서 다음 번 자기 차례가 오기 전까지,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중 1장의 레벨을 1 올릴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동일한 선원 카드 레벨을 3라운드마다 한 번씩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5번 업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선원 셋을 정해서 그 카드들의 레벨을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전략 루틴을 만들어줍니다.

 

존 D. 클레어는 투명 카드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카드 크래프팅 시스템’이라고 명명하며 매우 독특한 덱 만들기를 구현했습니다. 이 방식에서는 일반적인 덱 만들기에서처럼 새로운 카드를 덱에 추가함으로써 덱을 강화하지 않습니다. 이미 덱에 있는 카드에 새로운 효과가 있는 투명 카드를 덧붙여(슬리브 안에 더해서) 카드를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덱의 카드가 12장에서 더 늘어나지 않지만 낱낱의 카드 효과는 점점 강해집니다. 덱의 카드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낱장 카드의 레벨을 일정한 간격으로 올리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바다 칸에 멈출 때마다 얻는 향상 카드들로 선원 카드 효과를 강화하는데, 하나의 선원 카드에 향상 카드를 최대 3장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향상된 카드 하나가 주는 혜택이 후반부로 갈수록 많아지는데, 이것도 가능한 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돛을 5개 얻었다면, 2개만 써서 2칸을 가고 도착한 섬에서 실을 것들을 최대한 실은 뒤 다시 2칸 더 가는 식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요소의 사용에 큰 제약을 두지 않고 얼마든 쪼개 쓸 수 있게 함으로써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행동 자원 소비를 권장합니다. 이러한 자유도 역시 오픈 월드적인 감각을 일깨웁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데드 레커닝⟩ 합본팩에는 3개의 확장이 있는데, 선원 카드를 좀 더 다채롭게 하는 ⟨뱃사람⟩ 확장을 제외한 두 개 확장은 게임에 스토리 요소를 더해줍니다. 확장을 더하기 전에는 유로 게임에 가까운 운영 중심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확장을 덧붙이면 우리가 다양한 해적 콘텐츠에서 접해본 것과 비슷한 이야기 요소가 한껏 가미됩니다.

 

확장에 있는 향상 카드 중 첫 게임 시작 시점에 넣는 카드들만 골라서 기본판의 향상 카드와 함께 섞어 놓습니다. 섬에서 이 확장의 향상 카드를 구입할 경우, 조우 책자에서 특정 지문을 읽으라는 지시가 나오곤 합니다. 혹은 그 카드 자체에 어떤 서사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방문한 섬에 갇힌 수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특별한 보물 상자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유령선이나 인어가 습격해 오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크라켄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 요소는 그 향상 하나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새로운 향상 카드를 가져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게임이 끝나기 전에 이 새로운 카드와 조우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조우할 수도 있고, 아예 조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확장마다 꽤 굵직한 스토리 라인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주요한 이야기 줄기를 하나 둔 채로 파편적인 이야깃거리가 깔린 형태 역시, 오픈 월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죠.

 

이런 모험담 확장을 추가해서 게임을 즐길 경우 캠페인 방식으로 여섯 게임을 연속으로 진행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연계된 이야기 요소를 접하려면 한 번의 게임으로는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캠페인으로 길게 끌어가지 않아도 이미 이 기본 향상 카드를 더하는 것만으로 오픈 월드 모험의 분위기는 충분히 납니다. 그러니 기본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개인적으로는 모험담 카드를 더해서 게임을 즐기는 걸 권해 드립니다. 그야말로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속 바다를 누비는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게임에서 또 한 가지 독특한 매력 포인트는 해상전인데, 이 해상전 요소는 이번 글의 주제인 오픈 월드적인 성격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건너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 요소에 관해서는, 아래 ‘데드 레커닝 미리보기’ 시리즈를 읽어 보세요. ⟨데드 레커닝⟩이 출시되기 전 작성된 기획 콘텐츠로, 각각의 요소를 그 자체로 좀 더 자세히 서술했습니다.

 

 

 

데드 레커닝 미리보기 #1 - 미리보는 14문 14답

데드 레커닝 미리보기 #2 - 바다 위를 누벼라

데드 레커닝 미리보기 #3 - 핵심 시스템

데드 레커닝 미리보기 #4 - 모험담을 향하여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어집니다.

※ 투명 카드 조합과 큐브 굴리기 전투에 관한 내용은 3편에 있습니다.

 

 

 

 

 

수상 이력

  • 2022년 미국 오리진스 어워드 최고의 테마 게임 수상 
  • 2022년 미플즈 초이스 어워드 후보 
  • 2022년 골든 긱 가장 혁신적인 보드게임 후보 
  • 2022년 골든 긱 올해의 무거운 게임 후보 
  • 2022년 골든 긱 최고의 테마 보드게임 후보
  • 2023년 미국 아메리칸 테이블탑 컴플렉스 게임 후보 

 

 

 

보드게임긱 유저평 골라보기

 

해외 유저들은 이 게임에 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데드 레커닝⟩에 대한 해외 유저 평가 중 호평한 리뷰를 몇 가지만 살펴봅니다.

 

Manfood (10점)

I played the game now a view times and I am still amazed. From the very first turns, it truly felt like I was a pirate captain carving out my own legend on the open seas.

What really blew me away was the card-crafting system. Upgrading my cards with transparent overlays was incredibly satisfying and gave me a strong sense of progression. Watching my deck evolve over the course of the game made me feel clever and invested in my strategy.

Naval combat is tense but smooth, striking a great balance between tactical depth and fun. Also the production quality is outstanding, with beautiful artwork and components that pull you right into the theme.

it is complex, but in the best possible way.

Best Pirate game ever!

게임을 이제 몇 판 즐겨보았는데 여전히 감탄스럽다. 첫 차례부터 드넓은 바다에서 나만의 전설을 개척해 나가는 해적 선장이 된 듯한 기분이 정말로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카드 크래프팅 시스템이었다. 투명 슬리브를 사용해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강렬한 성장감을 주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내 덱이 진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 영리하다는 기분을 느꼈고 내 전략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해상 전투는 긴장감 넘치면서도 매끄러우며, 전술적 깊이와 재미 사이에서 훌륭한 균형을 잡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아트워크와 테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품들까지, 생산 품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복잡한 게임이지만, 가장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역대 최고의 해적 게임이다!

 

tobimx (8.5점)

Pirates, battles, discovery, exploration, upgrading, defending—Dead Reckoning brings it all together in a way that keeps me hooked. Dead Reckoning throws me onto the high seas with a deck to build, a crew to train, and a ship to steer into adventure.

Leveling and specializing characters feels grand, like watching my sailors turn into legends. The mix of exploration and conflict keeps every voyage tense and thrilling.

And here’s the truth: this is one I want to play competitive. Outmaneuvering rivals on the open sea, seizing islands, clashing in battle—it’s the kind of game that makes you want to shout “Arrh!” when you win… and maybe even when you lose.

해적, 전투, 발견, 탐험, 업그레이드, 방어—⟨데드 레커닝⟩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어 나를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데드 레커닝⟩은 빌딩해야 할 덱과 훈련시킬 선원들, 그리고 모험으로 이끌 배와 함께 나를 거친 바다로 던져넣는다.

캐릭터를 레벨업하고 전문화하는 과정은 마치 내 선원들이 전설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웅장하게 느껴진다. 탐험과 갈등의 조화는 매 항해를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게 유지해 준다.

그리고, 이 게임은 경쟁적으로 즐기는 게 정답이다. 탁 트인 바다에서 라이벌을 앞지르고, 섬을 점령하고, 전투에서 충돌하는 과정은 승리했을 때—어쩌면 패배했을 때조차—"아르르!"라고 외치고 싶게 만드는 종류의 게임이다.

 

Tbirdmg (8점)

I'm a fan of neither card crafting nor 4X games, and so it was a real surprise that I enjoyed Dead Reckoning as much as I did.

Quick turns, solid balance of tactical play and strategic maneuvering.

Combat resolved with the dice tower is as good as any other game with the same mechanic, and, in my opinion, preferred to dice rolling and all their mitigation muckery.

Theme shines. The game might be a little on the long side at 4p, but it's still a great game that balances all too well a coordinated strategic effort and the risky folly of war.

A keeper, and I look forward to trying with some of the expansions in due time.

나는 카드 크래프팅이나 4X 게임의 팬이 아니며, 그렇기에 내가 ⟨데드 레커닝⟩을 이 정도로 즐겼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빠른 턴 진행, 전술적 플레이와 전략적 운용의 조화가 견고하다. 다이스 타워로 해결하는 전투는 동일한 메커니즘을 가진 다른 어떤 게임만큼이나 훌륭하며, 개인적으로는 주사위 굴리기와 그에 수반되는 온갖 보정 작업들보다 훨씬 선호한다.

테마가 빛을 발한다. 4인 기준으로는 게임이 다소 긴 편일 수 있지만, 치밀한 전략적 협력과 위험천만한 전쟁의 광기 사이를 너무나도 잘 조율한 훌륭한 게임이다.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며, 머지않아 몇몇 확장판을 포함해 플레이해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해적 테마를 좋아하는 분.
  •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전략적 대응을 즐기는 분.
  • 테마 몰입도가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분.
신성현(evern4ever@koreaboard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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