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숲 개발기

바다를 살리는 산호를 키워 나가는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요약정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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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

#바다숲

#개발

#보드게임 디자인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바다숲⟩의 개발을 맡은 네이슨입니다. 

 

라이너 크니치아 작가님에게 처음 이 게임을 받았을 때, 재미는 물론이고 작가님 특유의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선택을 계속하게 만드는 구조’가 잘 녹아 있어 또 하나의 크니치아 대작이 탄생했음을 느꼈습니다.

 

 

⟨바다숲⟩의 프로토타입. 이것에 테마를 씌우는 작업에서 고민이 더해졌다.

 

 

다만, 프로토타입은 아무런 테마 없이 그저 성을 둘러싸면 점수를 얻는 아주 추상적인 점수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테마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게임에는 두 가지 점수 획득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같은 색깔끼리 연결하면 점수를 얻는 ‘연결 점수’, 또 하나는 특정 구성물 옆에 내 색깔을 많이 놓아야 하는 ‘영향력 점수’죠. 이 두 가지를 모두 자연스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테마를 찾는 과정이 꽤 어려웠어요.

 

처음엔 사바나를 떠올렸습니다. 동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오아시스 주변에 모여드는 구조가 게임의 메커니즘과 잘 맞아떨어졌거든요. 하지만 막상 적용해 보니 마음이 100%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산호초’였습니다. 산호는 모여서 군집을 이루고, 물고기들은 그사이에 숨어 공생하죠. 그 관계가 게임의 구조와 무척 닮아 있었어요. 그때부터, 이 게임은 자연스럽게 ‘산호’의 세계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게임판 스케치. 이 바다에 산호 군집이 들어서는 것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바다와 산호를 테마로 정하고 나니, 현실의 바다가 떠올랐습니다. 무분별한 낚시나 해양오염으로 백화현상이 심해지고, 황폐한 바다에 새로운 산호를 심어 복원하는 활동들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죠. 산호를 심으며 게임판을 채워가고, 게임이 끝났을 때 펼쳐진 산호의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이 바다를 되살린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규칙은 ‘아쿠아리스트 규칙’이에요.  물고기별로 점수가 달라지는 정도뿐인데, 이 작은 변화 하나로 게임의 긴장감이 확 달라져요.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물고기를 보며 자연스럽게 “저 물고기 옆에 놓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기고,  서로의 수를 견제하는 눈치 싸움이 생기죠.

 

⟨바다숲⟩을 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 산호초 점수를 얻을까, 아니면 큰 물고기를 노릴까?” 물고기 옆에만 집중하면 산호 점수를 놓치고, 산호를 넓히려다 보면 물고기 점수를 잃기 쉽죠. 두 점수를 적절히 섞어야 비로소 ‘바다의 균형’이 완성됩니다. 그 미묘한 딜레마가 바로 이 게임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패키지 스케치. 바다를 산호가 채워가듯 이 스케치에 색상이 채워졌다.

 

 

⟨바다숲⟩의 일러스트는 ‘고라니’ 작가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100% 수채화로 그려진 원화 덕분에 게임에 한층 따뜻한 분위기가 더해졌어요. 수채화는 한 번 실수하면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스케치 단계부터 정말 꼼꼼히 맞춰가며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보드게임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예쁘게 만들고 싶다’라는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작업을 진행하였고, 그 덕분에 지금의 색감과 질감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숲⟩의 큰 자랑 중 하나가 바로 이 일러스트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패키지 시안을 바탕으로 일러스트가 완성되어 지금의 아름다운 패키지가 완성되었다. ⟨바다숲⟩의 개발 단계 가칭은 트리오스였다.

 

 

게임 곳곳에는 작은 디테일도 숨어 있어요. 산호 속 구석구석에는 작고 귀여운 해양 생물들이 숨어 있고, 색맹인 분들도 구분하기 쉽도록 산호 색깔과 모양을 조정했습니다. 많은 분이 ‘니모’와 ‘도리’라고 알고 있는 물고기의 실제 이름으로 규칙서에 표기해 두었습니다.

 

 

물고기 토큰의 초기 디자인.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컴포넌트는 트레이예요. 타일을 일렬로 정리할 수 있게 설계해서 보관이 깔끔하고, 게임할 때는 그대로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꺼내 쓸 수도 있죠. 플레이어가 게임을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했습니다.

 

 


 

 

⟨바다숲⟩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쉬운데, 재미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요즘 온 가족이 즐기기 좋다는 게임이 많이 나오지만, 의외로 난이도나 규칙이 복잡해 진입장벽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바다숲⟩은 규칙은 간단하지만 생각할 여지가 충분해서, 입문자도 숙련자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에요. 누구와 해도 편하게 웃으며 한 판 즐길 수 있는, 그런 ‘피어나는 매력’을 가진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숲을 피워냅니다. 

산호를 키우고, 물고기를 불러들이며 바다를 물들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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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슨(nathan@koreaboard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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