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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코리아보드게임즈
2022-09-13


마블 런, 그래비트랙스
<그래비트랙스>는 마블 런이라고 분류되는 놀이 도구의 일종이다. 마블 런의 목표는 구슬이 한 점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길을 거쳐 도착 지점에 도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구슬의 출발과 이동 과정에서 전기 등의 동력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며, 다양한 응용이 있지만 주되게는 중력으로 인한 위치 에너지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 마블 런이라는 장르는 1960년대에 처음 등장해 여러 나라로 퍼져 여러 차례의 전성기를 거쳤기에, 사실 꽤나 유서 깊은 장르인 셈이지만, 유독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해인 2021년 4월에 <그래비트랙스>가 정식으로 한국에 발매된 때만 해도 ‘마블 런’이라는 용어는 생소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래비트랙스> 이후 1년 여의 시간 동안 <그래비트랙스 코어 스타터>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확장과 <그래비트랙스 프로>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면서, 마블 런은 더 이상 한국에서도 낯선 장르가 아니게 되었다.

<그래비트랙스>는 정육각형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판 위에 액션 스톤이라 부르는 금속 구슬이 이동하기 위한 트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유의 다양한 구성물들의 상호작용을 최대한 활용해 독창적인 트랙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육각형 타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구성물들은 판 위에서 조립식 블록처럼 깔끔하게 결합되며, 각각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능력과 효과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다. 이 육각형 구성물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그 사이마다 트랙을 놓아 연결하면 하나의 트랙 시스템이 만들어지며, 이 트랙 시스템의 시작점에 액션 스톤을 올려놓고 출발시키면 액션 스톤이 만들어진 트랙 시스템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물론 아무렇게나 연결만 시킨다고 해서 액션 스톤이 목적지까지 알아서 움직여주는 것은 아니다. 액션 스톤은 스스로가 방향을 정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트랙의 기울기와 구성물의 작용에 반응할 뿐이므로, 사용자가 트랙을 잘못 설계했다면 액션 스톤은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비트랙스>는 실패와 재설계를 통해 트랙 시스템을 고쳐나가고 개선하는 것이 전제된 놀이다. 확신이 없더라도 일단 트랙 시스템을 만들고 액션 스톤을 출발시켜 보면 어느 구간이 의도와 다르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게 되며, 누구나 이런 구간을 고쳐나가면서 점진적으로 트랙 시스템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수많은 부품들을 이용해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만의 트랙 시스템을 완성해내는 그 과정이 바로 <그래비트랙스>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그래비트랙스 코어 스타터>에 없는 유형의 타일과 각종 부품들이 확장으로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 역시 사용자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새로운 유형의 타일은 기존의 타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액션 스톤을 움직임은 물론이고, 기존 타일들이 할 수 없었던 행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확장 하나를 추가하면 그 타일을 응용한 또 다른 트랙 시스템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끊임 없이 확장이 가능하기에 <그래비트랙스>는 기존 마블 런을 뛰어넘어 새로운 장르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마블 런, 그래비티 메이즈

마블 런이란 이름이 생소할 뿐, <그래비트랙스>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최초의 마블 런은 아니다. <그래비트랙스>가 소개되기 4년 전인 2017년에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씽크펀의 논리 퍼즐 <그래비티 메이즈> 또한 마블 런에 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블 런으로서의 특성보다는 <러시아워>처럼 여러 단계의 난이도로 이뤄진 문제들을 푸는 논리 퍼즐로서의 성격이 좀 더 강하게 부각되기도 하지만, <그래비티 메이즈>도 높은 곳에 놓인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구슬이 움직여 낮은 곳에 있는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게 구슬이 움직이는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엄연히 마블 런에 속한다.


<그래비티 메이즈>에서의 논리 퍼즐 문제는 구슬이 출발점에서 움직임을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목적지 타워에 도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 문제 카드에 제시된 모든 타워를 이용해야 하며, 배치된 모든 타워를 한 번씩은 지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타워를 배치하고 나면 놀이터의 정글짐과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 만들어지는데, 사방으로 뚫려있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정글짐과 달리 타워의 모든 구멍은 각기 다른 경로로 이어지기에 타워를 어느 방향으로 놓느냐에 따라 구슬이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 나가게 되는지도 달라진다. 타워들의 조합을 통해 삼차원의 미로가 만들어지고, 구슬이 이 미로를 통과하는 셈이다. 이 이동에서 구슬에 가해지는 힘은 중력밖에 없기에 이를 거슬러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다. 즉, <그래비티 메이즈>는 제목처럼 구슬이 중력의 힘으로 이동하는 미로 자체라 하겠다.

<그래비티 메이즈>에는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에 이르기까지 60종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 쉬운 문제를 풀면서 각 타워의 특징을 익히고 그 경험을 통해 점점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데, 최종적으로는 모든 타워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마지막 문제를 풀었다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60개의 문제로는 <그래비티 메이즈>로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이 다 표현된 것이 아니기에, 모든 문제를 다 푼 뒤에는 자유롭게 원하는 조합으로 미로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라벤스부르거 + 씽크펀 = ?


21세기, 특히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와중 2017년 하반기에 <그래비트랙스>를 만든 라벤스부르거가 <그래비티 메이즈>를 만든 씽크펀을 인수했고, 씽크펀은 라벤스부르거 북미 지사의 산하로 편입되었다. <그래비트랙스>와 <그래비티 메이즈>가 한 회사의 제품이 된 것이다. 이 결합은 단순하게 비슷한 성격의 두 제품이 한 회사에 속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어진 구성물 안에서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리 퍼즐 문제를 만들 수 있는 씽크펀의 개발 능력과, <그래비트랙스>를 비롯해 보드게임과 퍼즐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 라벤스부르거의 개발 능력이 결합되며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됐으리라 여겨 진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은 이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고 5년이 지난 2022년에 첫 선을 보이는 시리즈라는 점에서 서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사실 <그래비트랙스>의 조립 안내서에서도 뒷부분에는 문제 풀이가 있었다. 문제 풀이 부분은 씽크펀 등의 논리 퍼즐과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총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높이 맞히기'에서는 기둥 타일이 빠진 상태로 문제가 출제되며, 문제에 표시된 기둥 타일의 총수에 맞춰 이들을 배치해야 한다. '트랙 맞히기'에서는 트랙이 빠진 상태로 문제가 출제되며, 문제에 표시된 트랙의 총수에 맞춰 이들을 배치해야 한다. '타일 맞히기'는 타일 일부가 빠진 상태로 문제가 출제되며, 문제에 표시된 타일 전부를 트랙 시스템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순서 맞히기' 문제는 트랙 전부가 소개된 상태에서 각 색깔의 액션 스톤이 어떤 순서에 따라 결승선에 도착할지를 맞혀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 풀이 부분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순수한 퍼즐 문제라기보다는 <그래비트랙스>에서 만들 수 있는 트랙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연습 문제에 가깝다.


반면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에는 <그래비티 메이즈>처럼 점차 어려워지는 본격적인 퍼즐 문제가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의 목표는 <그래비트랙스>처럼 타일과 트랙을 결합하여 출발점에서 액션 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도착점까지 갈 수 있는 작은 트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그래비트랙스>보다는 작은 판이 주어지며, 문제 카드에 표시된 모든 부품을 사용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모든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가장 특징적이라 할 수 있는데, 퍼즐 중에는 일부의 부품만 사용하면 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품을 사용해야 하기에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다.

0번 문제와 그 풀이를 담은 카드 5장을 통해 기본 원리를 알 수 있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에 포함된 문제 카드는 총 30장으로, 5단계의 난이도로 구분되어 있다. 그와 더불어 0번 문제가 있는데, 0번 문제에는 자세한 풀이 과정이 표시된 카드 5장이 함께 들어 있어 아직 <그래비트랙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보면서 이 퍼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문제 카드의 번호가 낮을수록 쉬운 문제, 높아질수록 어려운 문제다. 첫 번째 단계의 문제는 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 과정을 닦는 느낌이고,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8번부터가 진짜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각 문제에 포함되어 있는 부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카드의 뒷면에 힌트가 있으니 문제가 어렵다면 볼 수 있겠지만, 충분히 시도한 이후에 보는 것을 권한다.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난 이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문제에 도전해볼 수도 있고, 다른 <그래비트랙스> 시리즈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다른 <그래비트랙스> 시리즈와 호환되는 구성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확장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은 총 3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게임마다 퍼즐 문제의 유형도 다르고 구성 부품도 다르다. 각 제품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시리즈 각각은 서로 다른 핵심 구성품을 위주로 한 퍼즐 문제로 이뤄져 있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플로우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플로우>에는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연결해 주는 터널 역할을 하는 플렉스튜브가 포함되어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액션 스톤이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일반적인 트랙의 경우 직선으로밖에 이동할 수 없지만, 플렉스튜브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문제의 조건에 맞게 모든 타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플렉스튜브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임팩트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임팩트>에는 액션 스톤에 추진력을 더해주는 해머 확장이 포함되어 있다. 해머 타일의 힘으로 추가적인 힘을 받기에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더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높이와 속도 조절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슬아슬하게라도 액션 스톤을 해머 타일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게 만들면, 해머가 회전하며 액션 스톤을 강타해 추가적인 힘을 더해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응용한 문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코스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 코스>에는 새로운 유형의 커브 타일 8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새로운 타일들은 기존 교차로나 커브 타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액션 스톤이 움직일 길을 만드는 타일들이기에 평소에는 잇지 못하던 길을 이어줄 수도 있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타일들로 인해 타일의 방향과 위치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타일들이 많기에 문제를 준비할 때 정확한 타일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마치며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은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퍼즐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지만, 다양한 퍼즐 문제를 풀어보며 만드는 작은 트랙 시스템을 통해 <그래비트랙스>를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래비트랙스>를 기존에 했던 사람은 추가 콘텐츠로서, 씽크펀 방식의 논리 퍼즐을 예전에도 재미있게 했던 사람들은 신기한 트랙 퍼즐로서 <그래비트랙스 더 게임>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