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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100 - 7원더스 대결
관리자
2022-09-10


성공한 게임, 특히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명작으로 위세를 떨치는 게임에는 확장이나 다양한 파생작이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개중에도 본판과 관계없이 단독으로 즐길 수 있는 파생작은 보통 주사위 게임 버전, 카드 게임 버전과 같이 기존 게임에 다른 특성을 지닌 구성물을 강조하며 달라진 형태를 취하거나, 2명 전용 게임과 같이 게임의 인원 수를 줄이며 게임을 변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파생작 중에서 어떤 작품은 개별적인 우수성을 인정받거나 때때로 원작보다 더 낫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대개는 특별한 차별점이 없다면 원작 팬의 컬렉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잊힌다. 성공한 작품의 파생작이라는 것은 분명 원작의 후광을 받아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루기 쉬운 조건이지만, 한편으로는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기에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오히려 조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원작과는 별도의 작품으로서 그 스스로도 연달아 확장판을 파생하며 7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7원더스 대결>의 성공은 업계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차례마다 카드 1장을 선택한다는 간단한 규칙으로 문명 발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보드게임계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7원더스 대결>은 2010년 전 세계의 보드게임 상을 휩쓸며 등장한 <7원더스>에서 파생된 2명 전용 게임이다. 이 게임은 '7명이 함께 할만한 게임'이라는 다소 단순한 구상에서 만들어졌는데, 앙투안 보자 작가가 운영하던 정기 보드게임 모임에 어쩐지 늘 7명이 참석했던 것이 그 계기였다. 앙투안 보자 작가는 7명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전략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고민하던 차에 7대 불가사의라는 소재를 떠올렸고, 자연스럽게 7명이 즐기는 문명 개발 게임으로 목표를 잡게 되었다. 사실 '가볍게 즐기는 전략 게임'과 '문명 개발 게임'이라는 조합은 당시만 하더라도 모순과도 같은 조합이었으며, 그 이전까지 저 두 가지 목표를 조합할 생각을 한 작가는 흔치 않다. 기존에 만들어졌던 문명 개발 게임이란 대체로 고난도의 복잡한 게임이었던 탓에 문명 개발 게임이라는 것은 복잡한 것이 당연한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7원더스를 좀 더 다듬은 7원더스 2판이 발매되었다.

 

비디오 게임에서나 보드게임에서나 문명 개발은 흥미로운 소재다. 플레이어가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거대한 계획을 수행해 나간다는 설정 자체가 게임의 스케일을 광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플레이어가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드느냐다. 수천 년의 시간을 몇 시간 안에 압축하기 위해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쳐낼 것인가, 그리고 그러면서도 얼마나 그 발전 과정에서 개연성을 살려낼 것인가가 게임의 성공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게임은 어느 정도 복잡성을 띨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비디오 게임과 달리 모든 계산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야 하는 보드게임에서는 계산을 극도로 단순하게 만들더라도 그 한계가 있기에 더더욱 복잡한 장르다. 그렇기에 문명을 다룬 보드게임은 숙련자만을 위한 장르의 게임으로 인식되어왔다.

 

7원더스는 2010년에 발매된 이후 전 세계의 수 많은 보드게임 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7원더스>의 등장은 이런 인식에 큰 균열을 냈다. 이 게임은 분명 '가벼운 전략 게임'이라는 목표하에 문명 발전의 많은 부분이 압축되고 가벼워졌지만, 과학, 상업, 외교, 전쟁, 문화 등 문명의 다양한 요소 간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30분 만에 할 수 있는 문명 게임'이 등장했다는 소식은 업계를 뒤흔들었고, 이 게임은 이후 전 세계의 수많은 보드게임 상을 휩쓸며 문명 개발 보드게임이라는 장르에 큰 족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핵심 게임 시스템인 카드 드래프트를 이용한 보드게임의 유행을 불러왔다. 현재 <7원더스>의 상자에는 수많은 보드게임 상 엠블럼들이 훈장처럼 가득 붙어있는데, 이 엠블럼들이 <7원더스>의 위상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7원더스 대결은 7원더스와 지향점이 같으면서도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 확연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7원더스>가 이 정도의 위상을 가진 작품이니만큼 파생작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5년 ,앙투안 보자 작가와 브루노 카탈라 작가의 협업하에 등장한 2명 전용 파생작 <7원더스 대결>이 만들어진 것은 그런 자연스러운 섭리의 결과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7원더스 대결>의 등장이 <7원더스>가 발매되고 성공을 거둔 직후가 아닌 5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난 후였다는 점, 그리고 <7원더스>가 공식적으로 2명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는 당시 판본인 1판에만 해당하는 내용으로, 2021년에 새롭게 개정된 <7원더스> 2판부터는 최소 게임 인원을 2명이 아닌 3명으로 바뀌었다)을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시점에서 <7원더스 대결>의 탄생은 <7원더스>의 성공에 단순히 부수적으로 따라온 결과라고 보기엔 어렵다. 오히려 <7원더스 대결>의 개발 목적은 <7원더스>라는 주제를 사용한 새로운 시도였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뚜껑을 열고 보니, <7원더스 대결>은 <7원더스> 처럼 가벼운 문명 게임을 지향하되 원작과는 상당 부분에서 구분되는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보드게임 팬들과 업계로부터 분명한 차별성을 인정받았고, 발매 직후 2년간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의 보드게임 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7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2명 전용 게임의 대표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7원더스>는 여러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지만, <7원더스 대결>은 단 2명이 서로 대결을 벌이는 게임이니만큼 양자 간의 수 싸움에 특화되어있다. 또 원작의 특징인 카드 드래프트 규칙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카드 전부를 바닥에 다 깔아 놓아 독특한 형태의 카드 드래프트 풀을 만드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드래프트 풀은 앞면으로 놓여 무슨 카드인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카드와 뒷면으로 놓여 무슨 카드인지에 대한 정보가 숨겨진 카드가 교차하며, 이로 인해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공통의 카드 드래프트 풀에서 서로 교대로 카드를 선택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했다. 플레이어는 배열된 카드 중 다른 카드에 덮이지 않고 카드의 모든 부분이 노출된 카드만 가져갈 수 있다. 그 결과 매 차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최대 6장 정도이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은 차례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결정된다. 내가 가져가는 카드가 이후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상대가 가져간 카드가 다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긴 안목의 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임 경험이 쌓이고 카드의 전체 구성을 알고 나면 뒷면으로 놓인 카드가 무엇인지 추리하는 재미도 있다. 3번의 시대마다 카드의 배열도 달라져서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7원더스 대결과 7원더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레이어가 카드를 얻는 방식에 있다.

 

자기 차례엔 비용을 내고 선택한 카드를 가져가 건설할 수도 있고,

 

선택한 카드를 버리고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선택한 카드를 이용해 불가사의를 건설할 수도 있다.

간략하게 게임을 요약하자면 교대로 자기 차례에 카드 1장을 가져가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 보드게임 입문자도 규칙을 이해하기 쉬운 데다, 이 간단한 과정이 문명의 발전이나 세력의 균형 변화를 그럴듯하게 묘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 싸움을 기반으로 한 카드 선택, 승리 조건을 충족했느냐에 따라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 과학 승리나 군사 승리와 같이 점수 이외에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 한 플레이어가 여러 불가사의를 건설하면서 생기는 시너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이 간단한 규칙의 게임을 그럴듯한 문명 게임으로 만들어준다.

 

군사나 과학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게임이 끝나며, 해당 조건을 충족시킨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최종 점수 계산을 통해 승부가 결정된다.

 

그 외에도 문명 게임으로서의 디테일은 원작인 <7원더스>보다 오히려 더 강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7원더스>에서 군사는 양 옆 플레이어의 점수를 깎을 수 있는 수단일 뿐 멀리 떨어진 플레이어에게는 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사로는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고, 과학 역시 점수를 얻기 위한 요소일 뿐 과학 그 자체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하지만 <7원더스 대결>에서는 군사로 상대를 제압해 승리할 수도 있고, 과학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이 두 가지 승리 조건이 추가된 것만으로도 <7원더스 대결>에선 플레이어가 다양한 방식의 승리를 도모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플레이어마다의 전략적 성향이 드러난다는 점도 <7원더스 대결>이 가진 매력이다.

 

앙투안 보자 작가(왼쪽)와 브루노 카탈라 작가(오른쪽)

 

<7원더스>의 작가이자 <7원더스 대결>에도 참여한 앙투안 보자 작가는, 2009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 <7원더스>는 그가 전업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놓은 게임이다. <7원더스 대결>은 베테랑 보드게임 작가인 브루노 카탈라 작가가 합류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브루노 카탈라 작가는 <다섯 부족>이나 <킹도미노>와 같이 단독 작업을 통해 내놓은 게임들도 훌륭하지만, <카나가와>나 <미스터 잭>과 같이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하여 많은 게임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개성이 서로 다른 작가와의 협업으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그는 특히 2명이 대결을 벌이는 게임을 쉽고 재밌게 만들어내는 재주로 유명하다. 어찌 보면 <7원더스 대결>은 앙투안 보자 작가의 '7원더스'와 브루노 카탈라 작가 특유의 '대결' 구도가 만나 빚어낸 합작인 셈이다.

 

7원더스 대결 확장: 판테온과 7원더스 대결 확장: 아고라. 이 두 확장이 추가되며 게임은 한층 더 탄탄해졌다.

 

<7원더스 대결> 역시 원작과 마찬가지로 점차 확장되어 가고 있는 계속 등장시키는 중이다. <7원더스 대결 확장: 판테온>, <7원더스 대결 확장: 아고라> 2 종의 확장이 만들어졌으며, 이 확장들 역시 열띤 반응을 얻으며 보드게임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015년에 시작된 <7원더스 대결>의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7원더스 확장: 판테온

 

첫 번째 확장의 이름인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 혹은 그런 신을 모시는 만신전을 뜻하는 말이다. <7원더스 대결 확장: 판테온>에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문명의 여러 신이 등장하는데, 신마다 해당 문명에 따른 속성이 부여되어 있다. 이 확장을 사용하면 1시대에서 특정한 위치의 카드 위에 신화 토큰이 올라가며, 신화 토큰을 가져오게 되면 신 카드를 뽑아 판테온에 배치해야 한다. 신 카드는 총 15장이지만 판테온에 마련된 자리는 관문 카드가 들어갈 자리를 포함해 6개뿐이므로 모든 신이 게임에 사용되는 일은 없다. 판테온에 모셔진 신들의 영향이 발동되는 것은 2시대부터로, 자기 차례에 정해진 주화를 내고 신 카드를 가져올 수 있다. 가져온 신의 효과는 즉시 발동된다.

 

7원더스 확장: 아고라

 

두 번째 확장의 이름인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지던 광장의 이름으로, 광장 혹은 정치 토론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쓰이는 말이다. <7원더스 확장: 아고라>에는 원로원과 의원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정치 승리’라는 새로운 승리 조건도 추가되었다. 게임 내에서 공개적 정치 행위 외에도 사보타주나 뒷공작 등 다양한 모략을 사용할 수 있어 전보다 더 치열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7원더스 대결 수상 내역

2017 Hra roku Winner

2016 Lys Passioné Finalist

2016 Kennerspiel des Jahres Recommended

2016 Juego del Año Recommended

2016 International Gamers Award - General Strategy: Two-players Winner

2016 Gra Roku Advanced Game of the Year Nominee

2016 Gioco dell’Anno Nominee

2016 Fairplay À la carte Winner

2016 As d’Or - Jeu de l’Année Expert Nominee

2015 Tric Trac d’Or Winner

2015 Swiss Gamers Award Winner

2015 Meeples’ Choice Nominee

2015 Jocul Anului în România Beginners Winner

2015 Golden Geek Board Game of the Year Nominee

2015 Golden Geek Best Strategy Board Game Nominee

2015 Golden Geek Best Card Game Winner

2015 Golden Geek Best 2-Player Board Game Winner

2015 Board Game Quest Awards Best Card Game Winner

 

7원더스 대결 확장: 판테온 수상 내역

2016 Golden Geek Best Board Game Expansion Winner

7원더스 대결 확장: 아고라 수상 내역

2020 Golden Geek Best Board Game Expansion Nomi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