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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게임상 2022 수상작 발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2-09-15


지난 9월 6일 '독일 게임상(Deutsche Spielepreis)' 2022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여느 때처럼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가 메겨졌고, 올해의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순위

게임명

작가

1위

아크 노바

마티아스 비게

2위

캐스캐디아

랜디 플린

3위

듄: 임페리움

폴 데넌

4위

리빙 포레스트

아스케 크리스티안센

5위

붉은 대성당

세일라 산토스, 이스라엘 센드레로

6위

위치스톤

마르티노 치아키에라, 라이너 크니치아

7위

비욘드 더 썬

데니스 챈

8위

스카우트

카지노 케이

9위

골렘

플라미니아 브라시니, 비르지니오 지글리, 시모네 루치아니

10위

테라포밍 마스: 아레스 익스페디션

야코브 프뤽셀리우스, 닉 리틀, 시드니 엥글스타인

어린이 게임

돌팔이 일행들과 함께 크베들린부르크로

볼프강 바르시


'독일 게임상(Deutsche Spielepreis)'은 1990년부터 수상작을 선정, 시상하고 있는 보드게임 상으로,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박람회인 에센 <슈필>을 주관하는 프리드헬름 메르츠 페얼락에서 주관하는 보드게임상이다. 시상 영역으로는 '독일 게임상'과 '독일 어린이 게임상(Deutschen KinderspielePreises)', 혁신적인 게임에게 시상하는 '이노슈필(innoSPIEL)'이 있으며, 간헐적으로 특별상을 시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2016년까지는 게임 규칙을 우수하게 잘 쓴 게임에 대해 시상하는 '에센 깃털상(Essener Feder)'이라는 상이 있었으나, 2017년부터는 '이노슈필'로 시상 영역이 변경됐다.

'독일 게임상'은 독어권 지역(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있는 보드게임과 관련돼 있으며, 서로 상이한 여러 집단을 대상으로 각자의 기준에 따라 올해 가장 훌륭한 게임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조사 대상 집단은 다음과 같다.

• 게임 잡지 <페어플레이>, <슈필레라이>를 정기 구독하는 독자
• 선발된 텔레비전, 라디오 및 인쇄매체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
•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있는 300여 개 이상의 게임 클럽
• 선정된 게임 판매점

'독일 게임상'의 심사 대상은 전년도 하반기에 나온 게임부터 그해 상반기에 나온 게임까지다. 설문 조사 종료일이 매년 7월 31일이기 때문에 전년도 설문 조사 종료일 이후 나온 게임부터 이번 연도 설문 조사 종료일 이전에 나온 게임까지가 범위가 되는 셈이지만, 보통 에센 <슈필> 전후와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 전후에 집중해서 새로운 보드게임이 출시되기에 대개는 전년도 에센 <슈필> 출시작과 그해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에서 출시된 게임까지가 범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게임 6개를 선택해서 답할 수 있는데, 각자 심사 대상 범위 내에서 5개를 선정 후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매기며, 나머지 1개는 어린이 게임 하나를 선정해야 한다.

조사 내용은 언론인, 잡지 독자, 보드게임 판매상 등 보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모두 똑같이 취급한다. 조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응답 자료 중 이름과 주소를 제대로 써넣지 않은 것과 2번 이상 응답한 자료는 통계에 포함하지 않는다. 각 설문 답안 중 1위로 선정한 게임에 5점, 2위에 4점, 3위에 3점, 4위에 2점, 5위에 1점을 주는 식으로 게임마다 총점을 매기고, 이를 근거로 총점이 높은 순서로 1위부터 10위까지 게임 10개를 선정한다(2017년에는 공동 6위가 발생해 총 11개의 게임이 선정됐다). 어린이 게임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게임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독일 게임상'이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선정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연관 관계가 없는 기관에 데이터 처리를 의뢰하며, 설문 조사 결과는 매년 공개된다. 그리고 이렇게 최종 집계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선정된 게임에 대해 시상한다.

'독일 게임상'과 '독일 어린이 게임상'은 위와 같이 설문 조사를 통해 결정되지만, 이 두 분야와 달리 '이노슈필'은 보드게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며, 2022년 수상작은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 이 상은 여러 게임 중 어떤 게임이 보드게임 시장에 혁신적이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는가를 평가해 수상작을 정한다. 2016년까지 시상했던 '에센 깃털상'은 여러 게임 중 어떤 게임이 규칙서를 가장 잘 작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상으로, '이노슈필'과 마찬가지로 보드게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심사했다. 이 상은 플레이어가 규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됐는지에 대해 내용은 물론 편집 상태까지를 두루 평가해서 수상작을 정했다. 이는 이해하기 쉽고 접근성이 좋은 규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 상은 보드게임 제작사들이 좋은 규칙서를 만들게 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보드게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규칙서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에센 깃털상'이 사실상 '이노슈필'로 변화한 것이다.

수상작에 대해서는 9월 중에 미리 발표되지만, 시상식은 에센 <슈필> 행사 전야에 <슈필> 행사가 진행될 메세 에센 박람회장에서 거행된다. '독일 게임상' 선정과 관련해 프리드헬름 메르츠 페얼락은 수상작만 훌륭한 게임은 아니며,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추천할 만큼 좋은 게임이 많기 때문에 상을 받지 않은 게임이라고 해서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순위란 것은 언제나 흥밋거리가 되는 일이다.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이 평론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뽑는 상이라면, '독일 게임상(Deutsche Spiele Preis)'은 좀 더 다양한 대중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상이라 할 수 있다. 수상작을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의 선호도와 판매처의 베스트셀러 목록, 인터넷 투표 결과, 전문가 의견 등을 모두 취합해 수상작을 정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며, 각 게임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의 지지를 받는 게임이 더 높은 순위에 오르기 좋은 구조로 돼있다. 그런 관계로 '독일 게임상'은 다소 숙련자 게임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독일 올해의 게임상'과 '독일 게임상'의 수상작은 매년 다르기 마련인데, 두 상의 수상작이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 딱 7차례(1990년 <아델 페이플리히테트,> 1995년 <카탄>, 1996년 <엘 그란데>, 1999년 <티칼>, 2001년 <카르카손>, 2009년 <도미니언>, 2018년 <아줄>) 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는 그나마 의견 일치가 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이런 의견 일치를 보인 것은 10년에 1번 정도밖에 안 됨을 볼 수 있다. 평론가들과 보드게임 플레이어, 판매상 모두 같은 의견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런 경우 테니스나 골프에서 한 선수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과 같은 취급을 하기도 한다.

2011년부터 '독일 올해의 게임상'에 숙련자 게임 부문인 '독일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Kennerspiel des Jahres)'이 신설된 관계로, 이 상을 수상한 2011년의 <7 원더스>같은 경우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으로 쳐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독일 게임상'과 '독일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이 기본적으로 비슷한 성향의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2011년부터는 '독일 게임상'과 비교하기에 적합한 대상은 '독일 올해의 게임상'이 아니라 '독일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게임에 2011년 <7원더스>와 2012년 <빌리지>, 2019년 <윙스팬>, 2020년 <스페이스 크루>를 추가할 수도 있다.

올해의 수상작을 보면 올해도 평론가와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서로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독일 게임상' 1위를 차지한 <아크 노바>의 경우 '독일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에서는 후보에도 들지 못하고 추천작에 머물렀다. '독일 올해의 게임상' 심사위원단이 보기에 <아크 노바>는 지나치게 복잡한 게임이었던 탓일 것이다. 하지만,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아크 노바>는 지난 10월 에센 <슈필>에서 발매된 직후, 아직 1년이 지나기도 전인 현재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드게임긱(boardgamegeek.com)에서 4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에게 매우 높은 평가와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독일 게임상'이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이 직접 수상작 선정에 참여하는 상이기에 이런 압도적인 지지가 바로 '독일 게임상' 1위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린이 게임 부문에서라고 서로 의견 일치를 많이 본 것은 아니다. 평론가가 보는 좋은 어린이 게임과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좋은 어린이 게임 역시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992년에 '독일 게임상'에 어린이 게임 부문이 추가된 이래, 첫 수상작인 <슈바인스갈로프>에서는 의견일치를 봤지만, 1998년 <치킨 차차>, 1999년 <카야낙>(1999년까지 '독일 올해의 게임상'에서 어린이 게임 부문은 특별상 형식으로 시상함), 2008년 <베르 바르스>, 2015년 <스핀더렐라>, 2017년 <아이스 쿨>을 제외하고는 항상 두 상의 수상작이 달랐다.